첫 제작부터 약 1년 테스트하고 이제 판매개시합니다. 바인딩몰의 모든 기기들 처럼 이 제품도 주문제작이에요. 바인딩몰 시작한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제본수요는 많지 않네요.^^;; 처음 봤을 때 인상은 "음.. 예쁘지 않군" 이었어요. 나무로 만든 기기만 거의 쓰다 보니 나무가 아니면 좀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엣지길딩은 아시다시피 좀 특별한 작업입니다. 과정은 단순한데, 변수가 정말 너무 많거든요. 그 변수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프레스 부분인데요. 프레스가 얼마나 세게 조여줄 수 있는지가 꽤 중요해요. 왜냐? 우리는 좋은 중성지로 핸드프린트 해서 출판된 책이 거의 없으니까요. 대부분의 공장 제본 책들은 저가의 종이, 인쇄가 잘되게 버퍼 일명 '돌가루'가 잔뜩 들어간 종이들이거든요. 게다가 우리의 현실이란 기존에 나와 있는 책을 뜯어서 다시 제본하는... ㅠㅠ 선택의 폭이 매우 좁죠. 제가 수년간 연습하는 책은 출판된지 30년은 넘은 세계문학전집이에요. 헌 책방에서 한 질을 샀어요. 연습용으로. 이미 산화도 상당히 진행되었고, 또 옛날 종이라서 인지, 엣지길딩이 처음엔 거의 안되었어요. 하다보니 이 종이에 맞게 사이즈도 PVA로 바꾸고, 나름의 노하우도 생기고 했습니다만...  점점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과감하게 프랑스산 전통 프레스를 치우고, 예쁜것도 포기하고, 그냥 무조건 힘좋은 프레스로 주문제작했습니다. 제 요구사항은 하나 였어요. 조였을 때 휘지 않는데. 프랑스 전통프레스는 크기가 커요. 단독 사용이 아니라 조합기에 올려서 쓰는 용도로 나오다 보니 길이가 길어진 것도 있고, 또 크고 두꺼워야 조여도 어느 정도 버텨주니까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길어서 휘는 현상이 발생하더군요. 휘기 전까지만 조이면 길딩보드를 끼워도 힘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계란풀로 한 길딩은 불가능이었어요. 책이 벌리면서 계속 떨어지더라고요. PVA로 했을 때는 되기는 하는데, 광도 광이지만, 풀이 오버되면, 자국이 남아요. 여러모로 짜증이 쌓이고 쌓였죠.  그런데 이 작고 ' 못생겼으며 겁나 무거운'  요 아이는 그 싸구려 종이책을 무난하게 엣지길딩을 해 주었습니다. 무려 계란흰자 사이즈로요. 그래서 예뻐하기로 했습니다. 아직은 엣지길딩 수요가 많지 않지만, 엣지데코레이션은 제본 중에 가장 창의적인 표현이 가능한 작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본가의 여러 아이디어를 표현함에 큰 도움이 될 기기 하나 이렇게 소개합니다.